작성일 : 10-11-22 15:14
[중앙일보 2010.11.19]평화·공존의 세상 시작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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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존의 세상 시작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
[중앙일보] 입력 2010.11.19 00:00 / 수정 2010.11.19 00:38
석학 두웨이밍 교수에게 현대 유학(儒學)의 길을 묻다

두웨이밍 교수는 몸과 문화의 관계맺음에 대해 “문화적 성취는 몸을 출발점으로 삼으며 그 중심에는 수신(修身)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제공]
두웨이밍(杜維明·70)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교수(겸 베이징대 철학과 종신교수)는 ‘현대 유학의 전도사’로 불린다. 동아시아 유학(儒學)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서양식 근대화 물결에 밀려난 유학의 가치를 현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복원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두 교수는 1960년대 대만 퉁하이(東海)대와 미 하버드대에서 수학했다. 이후 30여 년 동안 프린스턴·버클리 등 명문대 교수와 세계적인 동양학 연구기관인 하버드-옌칭 연구소장을 맡으며 신유학의 가치를 널리 알려왔다.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신유학적 통찰을 서구 지식사회에 접목시키면서 “유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아왔다.

 두 교수가 최근 경희대가 주최한 ‘몸과 문명’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몸에 관한 유학의 입장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수신(修身)’ 개념을 강조하며 “배움은 정신의 훈련뿐만 아니라 육체의 훈련도 포함하는 것이다. 수신을 통해 우리 몸을 전 우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선 몸의 상품화가 심각한 문제인데.

 “무분별한 상품화는 유가의 인문주의와 충돌한다. 유학이 강조하는 인문주의는 인간의 전면적인 발전을 의미하는데 자본의 상품화는 인간마저 물욕의 대상으로 바꿔버렸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같은 유가의 핵심 가치는 이 같은 상품화와 물질화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의 마땅한 도리다.”

 -인간의 문명은 인공장기 등 새로운 몸을 창조하는 데까지 도달했다.

 “유학에서 강조하는 ‘인(仁)’이란 인간을 사랑하는 자세다. 인공장기나 시험관 아기 같은 의술의 발전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것으로 유학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경쟁에 바쁜 현대인이 수신을 실천할 수 있을까.

 “중국 명대의 학자 왕양명이 주창한 실천강목 가운데 ‘사상마련(事上磨鍊)’이란 게 있다. 실제 일을 하는 가운데 인격을 닦는다는 뜻이다. 바쁜 일을 하면서도 도덕적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격을 고양하는 힘이 생기는데 그 모든 게 수신과 직결된다.”

 -‘문명간 대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사회는 소통에 힘들어 보인다. 특히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자주 충돌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경제 협상만 있을 뿐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다. 양국이 책임과 권리, 개인의 존엄과 사회의 화합 등 인간의 핵심적인 가치에 대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 발전공간을 마련해주고, 중국은 위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공자의 인문주의가 요즘 사회에 건넬 수 있는 메시지는.

 “유학의 인문주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에 기반한 사상이다. 즉,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주장해왔다. 현대사회의 자연파괴 현상에 맞설 수 있는 철학이다. 천인합일은 또 사람과 사람간의 화해와도 맞닿아 있다. 21세기는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가 중요해진 시대다.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는 태도 역시 공자의 인문주의에서 배울 수 있다.”

 -중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유학의 전통을 이어온 나라에서 인본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이 과도한 언론통제를 하거나 인권보호가 부족한 건 결점이다. 자기반성 능력이 부족했던 유가의 지식인은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개방화·다원화로 새로운 민주주의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한자 문화인 유학을 영어로 사유한다는 것의 의미는.

 “유학은 크게 세 번에 걸쳐 발전했다. 공자가 탄생한 곳에서 중국 중원으로, 중원에서 동아시아로, 동아시아에서 세계로 이어졌다. 유학의 세계화에서 영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영어로 유학을 사유하는 건 유학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학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시대가 급변해도 지켜야 할 유학의 가치란.

 “인의예지신이다. 이는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핵심 가치다. 수신을 통한 자아수양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