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11-08 15:04
[문화일보 2006.11.06] 인문학 바탕으로 창조적 마인드 키워야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699  
“인문학 바탕으로 창조적 마인드 키워야”
국제학술대회 진행 조인원 경희대 네오르네상스문명원장

“언론에서는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라고 대학에 요구합니다. 나는 그런 논리가 정말 잘못됐다고 봅니다. 대학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 교육에만 치우치지 말고 인문학을 배경으로 창조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역량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도록 가르치는 게 필요합니다.”

경희대는 지난 81년 설립자인 조영식 이사장의 발의로 유엔에서 9월 셋째주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지정한 이후 매년 이를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21세기 보편의 재발견: 자유와 평화를 넘어서’를 주제로 사흘간 경희대와 롯데호텔에서 기념 축제가 진행됐다. 이번에는 학술대회뿐 아니라 대학생들 스스로 마련한 토론대회(경희 Youth Forum)와 나눔축제(One Fine Day:자기만의 자원봉사의 날을 정해 실천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것)가 추가됐다. 금년도 행사를 총괄 진행한 조인원(52·사진) 경희대 네오르네상스문명원장을 만났다.

조 원장은 이번 행사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우리 사회에, 그리고 현대 문명에 만연한 ‘소통의 부재’에서 찾았다.

“개인이나 집단, 국가간 갈등은 결국 서로간의 차이를 풀어가는 방식의 충돌입니다. 우리 사회도 좌우 대립과 보혁논쟁이 뜨거운데 이는 결국 자기 세계만을 고집하고 상대방의 세계와 자신의 세계를 소통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그 차이를 해소하는 소통지대를 찾는 것,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의 기재를 찾는 것입니다.”

그 공감대의 초점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가치,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축제의 이름도 ‘정신적으로 아름답고(Beautiful),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Affluent), 인간적으로 보람있는(Rewarding) 지구촌’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뜻을 담아 ‘2006 Peace BAR 페스티벌’로 명명됐다.

“보수나 진보나 결국 행복하게 잘 살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을 미래의 소비자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단체도 새로운 미래 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존립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면 주변국으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됩니다. 기업과 국가가 전통적인 시장의 논리, 정치의 논리에 구속되지 말고 미래 가치에 따라 제도와 구조를 재편해야 합니다.”

이처럼 공동의 미래가치를 향한 새로운 소통의 기재를 찾는 신문명운동의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으로 조 원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세계시민포럼’의 출범 필요성을 제기했다. 매년 스위스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장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다보스포럼이나 이에 맞서 반 세계화를 추구하는 세계사회포럼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떠나 지식사회와 언론, 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지구적 이슈들을 토론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독립법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의 신르네상스 운동은 대학교육 개혁론으로 이어졌다.

“대학이 전문성은 높지만 교양과 인간적 자기성찰이 없는 인재를 내보내봐야 사회에서 발을 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기능인이나 전문인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마치고 취업할 때까지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성찰할 기회도 없이 끝없는 과외와 시험과 자격증에 매달려 너무 척박한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자기 이해관계만 고집하는 충돌의 논리에 매달립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것, 자연 및 우주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대학에서는 교양과목이 그런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조 원장은 사회에서 자꾸 대학에 전문지식과 기능을 갖춘 인력 양성만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는 기업에서 연수를 통해 기르거나 다른 기업에서 데려다 쓰거나, 아니면 대학과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해결하면 됩니다. 대학 전체를 전문인력 양성 학원으로 만드는 것은 대학의 미래를 망치는 것입니다. 대학민국의 부가가치는 전문성뿐 아니라 정치적 성숙과 문화적 가치의 고양을 통해서도 얻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지금 국제사회에서 수세에 몰리는 것도 근대를 주도했던 대중문화를 넘어서는 보편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대학이나 사회, 국가의 집단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를 위해 조 원장은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및 일본의 명문대학 30여곳의 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대학은 미국의 프린스턴대. 의대나 법대 경영전문대 같은 직업학교는 아예 없이 순수학문과 기초교양을 절대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대학’ 1위,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 1위, ‘동문들이 기부금을 내고싶어 하는 대학’ 1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경희대는 올해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학부생 5명을 유엔 및 산하기구에 인턴으로 내보냈다. 글로벌한 안목을 키운 젊은 인재들이 국제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조 원장은 조영식 경희학원장의 차남으로 경희대 정외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교수와 경희대 NGO대학원장을 지냈으며 지난 99년에는 전 세계에서 1700개 단체, 1만3000여명이 참가한 NGO세계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신르네상스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한종호기자 idhan@munhwa.com